골프가 독학이 가능한 또 하나의 이유는 아마추어에게 요구되는 정도가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윙에 관한 잡생각만 없으면 100타를 깨고 90타에 이르기까지 요구되는 운동의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완전 처음 골프를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108타 정도를 목표로 시작하면 좋다. 캐디가 적어 주는 스코어
말고 자신이 하나하나 꼼꼼히 적어서 108타 언저리를 치면 어디 가서 '저 골프 할 줄 알아요'라고 이야기해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 누군가 " 골프 하러 갈래?" 하면 따라나서도 민폐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면 된거 아닌가?
운전을 배우는 목적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시간을 절약하면서 생활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지 카레이서가
되려는 것이 아닌 것처럼, 골프도 누군가와 소통하고 더불어 행복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지 프로로 데뷔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는 그리 어려운 기술과 대단한 경지가 요구되지 않는다. 그리고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내가
어울리려고 하는 그 친구들은 내가 멋지게 잘 치는 걸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 다들 자기가 잘 치고 싶은 거지 남
잘 치는 걸 구경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그리 걱정할 바가 못 된다.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지만
내가 잘 쳐도 골프가 재미있지만 남이 못 쳐 줘도 참 즐거운 것이 골프다.
남자라면 당구를 배우고 즐겼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다. 처음 당구장을 가면 큐대를 어떻게 잡는지, 공을
어떻게 치는지, 점수를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알려 주고 바로 '짜장면 내기'를 시작한다. 못치면 낄낄거리고 도와주고,
잘치면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어우러진다.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되면서 서로 더 친해졌던 거다.
골프도 똑같다. 우리들의 골프는 그 지점에서 너무나 멀어져 있다.
스윙의 완성은 절대 시간을 얼마나 투입했느냐가 결정하는 것이지 운동에 관한 선천적인 재주나 재능은 절대적인
변수가 아니다. 영향이 있더라도 불과 +- 20% 내외의 범위에 불과하다.
그러니 내가 생활 속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골프에 둘 것인가만 먼저 결정하면 된다. 시간이든 비용이든 투입양은
적으면서 기대수준이 높으면 그 차이는 바로 불행이 된다. 하루 30분을 투입할 것인지, 하루에 한시간을 투입할
것인지에 따라 스윙의 완성도와 샷의 안전성은 이미 대충 결정되는 것이다.
그것에 걸맞는 수준으로 일단 골프라는 게임을 시작하면 된다.